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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의 생각

홍보는 거창한데 현실은 불가: 육아기 10시 출근제의 허점

by yunhy720 2026.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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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기 10시 출근제 신청 페이지

정부가 ‘육아기 10시 출근제’를 홍보한다.
아이와 함께 등교하고, 부모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한다.
말은 참 좋다. 듣기만 하면 당장 숨통이 트일 것 같다.

그런데 현장은 다르다.
막상 써보려 하면 돌아오는 말은 대부분 비슷하다.

“우리 기관은 안 됩니다.”
“보조금 시설이라 어렵습니다.”
“지원 대상이 아닙니다.”
“증빙이 곤란합니다.”
“탄력근무로 알아보세요.”

그러면 묻고 싶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정말 부모를 위한 제도라면
정작 가장 절실한 부모들이 쓸 수 있어야 한다.
초등학생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9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부모,
돌봄 공백 때문에 매일 아침을 전쟁처럼 버티는 부모,
출근시간 1시간 조정이 절실한 부모가 실제로 써야 의미가 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정부는 제도가 있다고 홍보하지만,
현장에서는 안 된다고 한다.
쓰라고는 하지만 쓸 수는 없다.
이쯤 되면 이건 제도가 아니라 홍보 문구에 가깝다.

특히 사회복지시설처럼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현장은 더 황당하다.
아이 키우는 직원들도 분명히 있고,
누구보다 이런 제도가 절실한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인데,
막상 적용하려고 하면
공공성, 보조금 기준, 근로시간 산정, 지자체 승인, 증빙 문제에 막혀 버린다.

결국 남는 결론은 하나다.
“필요는 하지만, 당신은 못 씁니다.”

이게 무슨 육아지원인가.
부모에게 실제 선택권을 주는 것도 아니고,
기관이 허용해야 하고,
지자체가 인정해야 하고,
예산 구조가 맞아야 하고,
증빙까지 가능해야 한다면
그건 권리가 아니라 눈치 보며 부탁해야 하는 시혜일 뿐이다.

더 답답한 건 대안으로 늘 나오는 말이다.
“탄력근무제를 활용하면 되지 않느냐.”

그걸 몰라서 묻는 게 아니다.
문제는 늦게 출근한 만큼 늦게 퇴근하면
아이를 아침에 챙긴 대신
저녁 돌봄 공백이 생긴다는 데 있다.
부모에게 필요한 건 근무시간을 단순히 뒤로 미루는 방식이 아니라,
등교 시간과 돌봄 현실을 반영한 실질적인 시간 보장이다.

그런데 지금의 제도는
부모의 삶을 기준으로 설계된 제도가 아니라
행정이 설명하기 좋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도처럼 보인다.
겉으로는 “아이와 함께 등교”라고 말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업주가 선택하면”,
“지원 대상이면”,
“기관 사정이 되면”,
“행정적으로 입증 가능하면”이라는 단서가 끝없이 붙는다.

이쯤 되면 사실상 메시지는 분명하다.
쓸 수 있으면 써라. 안 되면 알아서 포기해라.

그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현장 노동자에게 돌아온다.
사업주에게 말해야 하고,
기관과 부딪혀야 하고,
동료 눈치도 봐야 하고,
결국 제도를 요구하는 사람이 불편한 사람이 된다.

이건 잘못 설계된 제도의 전형이다.
정책은 만들어 놓고,
갈등과 책임은 현장에 떠넘긴다.
정부는 “지원제도를 만들었다”고 말하고,
기관은 “우리 상황상 어렵다”고 말하고,
결국 부모만 좌절한다.

공무원은 자체 제도가 있고,
민간 일부는 지원 대상이 되고,
그 사이에 낀 보조금 기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은
정작 가장 필요하지만 가장 애매한 위치에서 배제된다.
그런데도 이런 현실은 홍보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마치 다 사용할 수 있는 제도처럼 포장된다.

솔직히 말해
이런 식이면 부모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우리는 육아친화 정책을 하고 있다’고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제도가 있으려면
실제로 써야 제도다.
현장에서 막히고,
기관마다 해석이 다르고,
보조금 시설은 사실상 적용이 어렵고,
노동자가 당당하게 요구할 법적 장치도 없다면
그건 제도가 아니라 그림의 떡이다.

부모들은 거창한 홍보를 원하는 게 아니다.
포스터 속 미소 짓는 가족 사진도 원하지 않는다.
필요한 건 단 하나다.
정말 쓸 수 있는 제도다.

기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사업주 재량에 흔들리지 않고,
보조금 기준 때문에 막히지 않고,
지자체 해석에 따라 뒤집히지 않는 제도.
그래야 비로소 육아지원이라고 부를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삶은
홍보 문구로 버텨지지 않는다.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 제도를
마치 큰 성과인 것처럼 내세우는 순간,
그 정책은 부모를 돕는 게 아니라
부모를 더 허탈하게 만든다.

쓸 수 없는 제도를 계속 홍보하는 건 지원이 아니라 기만이다.
이제는 “제도가 있다”는 말보다
“누가 실제로 쓸 수 있는가”를 먼저 따져야 한다.

부모에게 필요한 건
말뿐인 배려가 아니라
현장에서 바로 작동하는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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