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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의 생각

새로운 사업은 늘 반갑다. 그런데, 사람은 어디에 있나요?

by yunhy720 2026.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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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대응을 위한 신규사업에 대한 단상

 

 

새로운 사업은 늘 반갑다. 그런데, 사람은 어디에 있나요?

최근 우리 지역에 ‘외로움 돌봄’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정책이 시작된다는 안내 자료를 보았다.
방향 자체는 반갑다.
고독사, 은둔청년, 사회적 고립… 지금 우리 사회가 반드시 다뤄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료를 읽으며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다.

낯설지 않은 장면들이 반복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따라가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몇 해 전, 서울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모델을 참고해 비슷한 정책이 시작됐다.
서울은 인력을 투입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별도의 인건비 없이 기존 기관에 사업비만 추가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사업비는 생겼지만, 사람은 늘지 않았다.
결국 기존 인력이 기존 업무에 더해 추가 사업을 맡았다.

이후에도 ‘찾아가는 복지’ 관련 시범사업이 확대됐다.
여러 기관이 3년째 운영 중이다.
의미 있는 시도였지만, 현장은 늘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사업은 늘어나는데, 사람은 왜 늘지 않을까?”


이번 사업도 구조는 비슷하다

이번에 안내된 외로움 돌봄 사업을 보며 또 비슷한 구조를 느꼈다.

사업 내용은 꽤 다양하다.

  • 은둔·고립 청년 발굴
  • 가상회사 형태의 출퇴근 프로그램 운영
  • 일수 계산 후 포인트 지급
  • 지정된 앱을 통한 사용 및 가맹점 발굴
  • 할인율 정산 및 기부금영수증 발급 구조
  • 무인 라면 공간 운영
  • 새로운 방식의 캠페인 기획 및 실행

각각 따로 떼어놓으면 의미 있는 시도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모든 것을 기존 인력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상자 발굴 → 개별화 계획 수립 → 프로그램 운영 → 출결 관리 → 포인트 정산 → 가맹점 설득 → 공간 운영 → 위생 관리 → 캠페인 기획까지.

이건 단순히 “사업 하나”가 아니라
새로운 팀 하나를 만들어야 할 규모에 가깝다.

그런데 인건비 항목은 보이지 않는다.


돈이 있으면 가능할까?

“사업비가 1억 원 넘게 내려오는데 왜 부담이냐”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현장을 아는 사람이라면 안다.

복지관은 이미

  • 법적 의무사업
  • 회계·보조금 관리
  • 인권·안전·중대재해 대응
  • 각종 평가 준비
  • 외부 공모사업 수행

을 동시에 감당하고 있다.

사업비는 물품을 살 수 있게 해주지만,
사람을 늘려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돌봄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정책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구조다

서울의 사례가 성공적으로 보였다면,
그 핵심은 ‘콘텐츠’가 아니라 인력 구조와 행정적 뒷받침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부산의 모델이 흥미로웠다면,
그 역시 지역 상황과 조직 구조 안에서 설계된 결과일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프로그램만 가져오면
형태는 비슷해질 수 있어도,
성과는 같아지기 어렵다.

정책은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구조여야 하기 때문이다.


캠페인은 왜 늘 현장 몫일까

캠페인 방식도 새롭게 하자고 한다.
사진 찍는 형식은 지양하자고 한다.

그 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기획과 실행 구조도 함께 고민되어야 하지 않을까.

캠페인은 단순 홍보가 아니라
기획력, 디자인, 네트워크, 홍보 채널이 필요한 일이다.

정책을 설계하는 부서가
직접 운영 모델을 제시하고 시범 실행을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게 비판일까?
아니면 구조에 대한 질문일까?


나는 너무 비판적인 걸까?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고민했다.
혹시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는 건 아닐까 하고.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보면
이건 ‘하기 싫다’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걱정에 가깝다.

복지관들은 이미 충분히 애쓰고 있다.
외부 공모사업을 따오고, 야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평가를 준비하고, 민원을 대응하고,
지역을 위해 갈아 넣듯 일하고 있다.

그래서 묻고 싶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우리는 왜 늘 ‘기존 인력의 헌신’을 전제로 설계할까?


외로움을 돌보는 정책이라면

외로움을 돌보겠다는 정책이라면
현장의 외로움부터 들여다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사업을 맡는 기관도
지치지 않아야 지속적으로 사람을 돌볼 수 있다.

정책은 의지로 굴러가지 않는다.
구조로 굴러간다.

그리고 그 구조의 중심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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